-싱가포르에서 일한다는 것-
2018년 3월 처음으로 싱가포르에 와서 일을 시작. 어쩌다 보니 글을 쓰고 있는 현재 2022년 07월까지도 일을 하고 있는데, 그건 아마도 판데믹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원래 계획에는 여기서 4년이나 머무를 생각이 없었으니 말이다.
싱가포르란 나라 자체가 여러 문화가 합쳐진 곳인데 더군다나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는지라 더욱이 다양한 사람에 노출이 되었고, 많이 배우고 여러 가지로 느낀 바가 참 많다.
즐겁고 기분 좋은 날이 있는가 하면 화나고 답답한 순간도 많은데, 뭐 그건 어디에 있으나 같지 않겠는가.
그동안 살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것들에 대해서 공유해보자 한다.
대학 이름은 필요 없다, 과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지만 외국에서 누가 우리나라의 대학 이름과 등급을 알겠는가? 한국 안에서 우리끼리의 경쟁에서만 필요한 것이지. 물론 한국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은 서울대나 연고대와 같은 인 서울 학교 정도는 알 수도 있겠지만 대학 이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었다. 오히려 내가 그 학교에서 무슨 전공을 하고 뭐를 배웠는지, 얼마나 내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동료들과 대화를 할 때나, 내가 면접을 보러 갈 때도 외국인들이 알 수 있는 건 내가 무슨 공부를 했는가 이니까. 그러나 나의 전공 공부는 학점을 받기 위한 순간의 수단이었을 뿐 내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생 때 내 전공 관련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제대로 할걸 하는 후회와 영어 공부는 무조건, 무조건 확실하게 할걸 싶은 후회가 되더라.
그래서 내가 싱가포르에 오고 얼마 안 돼서 '아 내가 서비스직에서 일할 거였으면 차라리 2년제 서비스 관련 학과를 졸업해서 지금보다 빠르게 싱가포르에 취업하고 돈을 벌고 영어를 배웠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혹시나 외국 호텔이나 항공 쪽으로 진로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영어에 매진하고 하루라도 빠르게 현장에서 경험을 쌓는 것도 하나의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단 생각을 한다.
한국인은 예쁘다는 인식(특히 피부)
한국인을 예쁘게 봐주는 것 같다. 근데 실제로 내가 봐도 그렇다. 지나다니면 한국인은 알아볼 수 있게 눈에 띄고 옷도 잘 입고 하얗다. 우리나라가 뷰티에 강하다 보니까 피부 칭찬과 더불어 화장품 뭐 쓰냐는 질문은 정말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정작 쓰는 건 외국 제품들이 반이라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진 못했다고 한다(Sorry guys). 그리고 성형에 대한 질문도 굉장히 많은 편. 뭐, 성형 강국이니까 이해한다.
눈에 띄다 보니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아저씨나 할아버지의 시선들을 느낄 수 있다. 이건 나만 느끼는 줄 알았는데, 친구도 느껴서 착각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한국인들이 일을 잘한다.
한국인들이 대체적으로 눈치도 빠르고 일머리가 기가 막히게 잘 돌아가는 것 같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데, 한국인이 영어는 제일 못해도 일은 빠르고 잘 수행하는걸 많이 봐왔다. 내 입장에서 답답한 외국인 동료들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여기서 언어를 떠나서 일을 하는 센스는 또 다르구나 싶더라.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이라면 어디서든 잘 적응하리라 믿는다.
꽤 박봉이다
주변에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해외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하니까 그냥 선망의 대상? 정도랄까 막연하게 우와! 하면서 돈도 꽤 번다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아니다. 내가 기술이 있고 영어를 원어민급으로 잘하면야 물론 내가 원하는 자리, 직업, 연봉을 찾아갈 수 있겠지. 그건 많이 받는 게 맞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특히, 20대 초반에 에이전시 통해서 온 사람들은 정말 적게 받고 일한다. 싱가포르 집값이 워낙에 비싸다 보니 월세만 평균 7~80만 원이 나가는데, 돈 모으기도 꽤 힘들고 정말 해외에서 근무한다는 경험 하나 보고 버티는 사람도 많다. 물론 곳에 따라서 판매직에서 일하여 인센티브나 초과근무 수당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벌어가는 수입이 그것보단 많을 테니까.
휴가는 철저히
좋은 것 중 하나는 휴가는 한국보단 쓰기 쉽다는 것. 한국의 외식산업 쪽에서 일하면 개인 휴가 보장이 어렵고, 사무직은 눈치 보며 쓰는 곳이 많아서, 업무가 바쁘면 해를 넘겨서 돈으로 받아가는 일이 많다고 알고 있다. 싱가포르에 있는 한국 회사에 들어가면 또 조금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휴가 쓰는 것은 어느 정도 조율하여 자유롭게 쓰는 분위기이다. 병가도 자유롭게 쓰는데 악용하는 사람이 많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느낀 점을 썼는데 싱가포르에 취업을 원하는 20대분들에게 약간의 참고사항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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